2024년 10월 24일 감사 3줄 노트 쓰기

 2024년 10월 24일 감사 3줄 노트 쓰기

  1. 오전 10시 02분

눈송이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나는 읽었다. 구름은 단순히 물분자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하며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비로소 눈송이의 핵이 되는 것이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뻗은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쉼 없이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 또한 끝없이 커지겠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덕분에 눈송이는 그토록 가볍다. 그 빈공간 들은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고, 실제로 주변을 고요의 영역으로 만든다. 가지들이 사방으로 빛을 반사하기에, 눈송이는 본래 어떤 색도 지니지 않으면서도 희게 빛난다.


그 설명들 곁에 실려 있던 눈 결정 사진들을 기억한다. 컬러 도판을 보호하기 위해 얇은 기름종이가 덧대어진 책이었다. 반투명한 종이를 넘기자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한 결정들이 한 면 가득 펼쳐졌다. 나는 그 정교함에 압도되었다. 정육각형이 아닌, 매끈한 직육각 기둥의 형상을 한 결정들도 있었다. 눈과 비의 경계에서만 나타나는 형태라는 설명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 후로 한동안 진눈깨비가 내릴 때면, 나는 그 은빛의 섬세한 육각 기둥들을 떠올리곤 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짙은 색 코트 소매를 허공에 내밀어, 보풀 위에 맺힌 눈송이가 물방울이 되어 스러질 때까지 들여다보았다.

도판에서 보았던 그 화려한 정육각형 결정들이 지금 내 소매 위에서 수없이 결속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왠지 모를 어지러움마저 느껴졌다.


  1. 오후 7시 53분

 낙하(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어둠이 짙게 깔린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깊은 물속의 고요함 속에 잠겨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당장이라도 창문을 열면 거센 검은 물결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만 같다.


언젠가 무인잠수정의 카메라가 깊은 바닷속으로 낙하하며 담아낸 영상을 관찰한 기억이 난다. 수면을 뚫고 들어오던 암녹색 희미한 빛마저 점점 옅어지더니, 이내 완벽한 흑암으로 변해버렸다. 그 깜깜한 화면 위로 간헐적으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다 사라지는 유령 같은 빛점들은, 아득히 먼 곳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 내뿜는 빛이었다. 드물게 발광하는 생물 전체의 형상이 온전히 잡히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 금세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빛점들이 아른거리는 수직 구간은 갈수록 짧아진 반면, 그 사이에 자리한 막막한 암흑의 구간은 점차 길어져만 갔다. '이제는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걸까' 싶던 바로 그 순간, 반투명한 빛을 발하는 심해 해파리들과 함께 거대한 눈폭풍을 연상시키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해저 생물들의 유해가 마치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아래로 쉼 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무시무시한 수압으로 인해 잠수정의 불빛이 꺼져버린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영상 송출 자체가 중단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화면은 이내 완전히 멈추어 섰다.